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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여행

2008/09/21 북한산 산행

by 짜라 2008. 9. 22.

2008/09/21
북한산 산행

코스 : 연신내역 - 북한산 입구 - 향로봉 - 비봉 - 승가사 - 구기터널



꿈속을 해매이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잠깐 생각에 빠졌다.
귀 기울여 듣다보니, 익숙한 핸드폰 벨소리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짜라는 핸드폰 소리를 무시하려 했는데, 문득 스치는 생각에 전화를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부사장님이 오늘 무슨 산에 갈까 물어보신다.
금요일에 광교산에 가기로 했다가, 급 의견을 수정하여 북한산에 가기로 결정.
시간을 확인해 보니 8:30
9시에 만나자 약속했는데, 이제야 짐이 깼으니…….
일단 후다닥 세수를 하고, 자기 전에 준비해 두었던 등산복과 신발을 챙겨 신고 부리나케 회사로 향했다.

회사에서 커피믹스 5개를 가방에 챙겨 넣고, 부사장님과 만났다.
3000번 버스를 타고 교대로 출발.
교대에서 지하철 3호선을 갈아탔다.
40분쯤 달려 연신내에 도착했다.

연신내에서 북한산 입구까지는 약 20분쯤 걸어야 했다.
중간에 김밥 집에 들러 김밥 두 줄을 샀다.
수원에는 올 초에 김밥 값이 올라 1500원인데, 이곳은 아직 1000원 이었다.
서울이라고 항상 수원에 비해 비싼 건 아닌가 부다.

아침을 못 먹었기에, 김밥 한 줄을 손에 들고 걸어가며 하나씩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찻길이 끊어지고, 좁은 산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 북한산 입구 ]
11:00

좁은 산길 좌우는 논밭이다.
사람들이 꽤 많다.
줄을 서서 하나둘 산에 오른다.

경사가 조금씩 가팔라진다.
15분쯤 걸었을까? 거대한 암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암벽 가운데로, 암벽위에 시멘트를 발라 덧붙인 돌계단이 보인다.
암벽은 35도 정도의 경사를 이루여 위로 뻗어있다.
그 경사가 완만해 지는 부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늘을 찾아 하나둘 모여 수다를 떨고, 땀을 식히고 있다.

30분쯤 걸어 산에 올라가고 나서야, 산 밑에서 공사하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일산 신도시 건설 현장이다.
그 즈음에 두 번째 암벽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첫 번째만큼 만만한 녀석이 아니다.
이놈은 경사도 경사이지만, 암벽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부사장님은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무척 힘들어 하셨다.
5분 걷다 5분시기를 반복하며 겨우겨우 암벽을 오를 수 있었다.
암벽을 오르던 중 어떤 할아버지 한분이 암벽을 오르셨는데, 다른 분의 부축을 받고 있었다.
그분은 힘겹긴 하지만 부측을 받아서 그리 어렵지 않게 올라 오셨다.
그런데, 우리가 잠시 쉬고 있는 곳 바로 밑에 서서 잠깐 쉬시더니, 난 이만 내려가야겠다고 하시며 돌아 스셨다. 부측 하셨던 분이 좀만 더 있다가 가자고 하니까, 할아버지는 역정을 내시며 '뭐 이런 대를 오자고 그래.'하시며, 조심조심 암벽을 등지고 내려가신다.

암벽에 2/3쯤 올라왔을 때, 시야가 닫는 꼭대기에 아주머니 한분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아래를 무상이 내려다보고 있다.
부사장님 왈 '저~ 위에서 도 닦고 있네. 우리도 한번 해보까?'

짜라는 이제 시작이니 힘이 남아돌았지만, 부사장님은 벌써 오늘 헬기에 실려 내려가겠구나 하며, 비봉까지 갈수 있으려나? 하신다.

깎아지는 암벽의 사이사이에 소나무가 별일 아닌 듯 뿌리를 내리고 있다.
중간 중간에 있는 소나무는 우리에게 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다.


[ 첫 번째 봉우리 ]
여기가 향로봉?

암벽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시야가 닫는 곳마다 공사판이다.
아까 정상에서 도 닦고 있으시던, 아주머니는 저 아래를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혹시, 저 아래 지어지는 집중에 아주머니 집도 들어 있는 건지…….

1시간도 안 되는 짧은 등산이었지만, 북한산의 매력에 푹 빠졌다.
몇 되지 않은 산에 올라봤지만, 이렇게 끝이 안 보이는 암벽을 줄도 없이 기어올라 보기는 처음이었다.
조금은 생명의 위협도 느껴지고, 그 위협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스릴과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낮긴 하지만, 일단 봉우리 하나에 올라왔으니, 이쯤에서 내려가도 그다지 섭섭할 것 같진 않았다.
부사장님은 속이 무척 더부룩 하시다고 하시고, 무척 숨이 차 하셨다.
일단, 한적히 쉴만한 나무그늘을 찾아 돗자리를 펴고 누웠다.
잠깐 쉬었다, 내려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도시락을 까먹자고 했다.
부사장님은 속이 더부룩하니 못 먹겠다고 하셨다.
짜라혼자 밥을 먹는다.
짜라가 많이 먹으면 그만큼 짐이 줄어들 거란 얕은 계산을 해본다.
밥을 다 먹고, 빈 물통에 시원한 얼음물을 1/3가량 채우고 커피믹스를 하나 넣어, 혼신의 힘을 다해 흔들어 냉커피를 만들었다.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바람을 느끼며, 시원한 냉커피를 마시는 기분은 최고다.
부사장님도 냉커피 한 모금을 시음하시곤, 무릎을 치며 좋아하신다.
커피를 냉수에 타 마실 생각을 이전엔 왜 못했을까 하신다.

3~40분쯤 쉬었을까, 이제 좀 살 것 같다 하셨다.
풀었던 짐을 다시 챙겨들고, 일단 GO 하기로 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잠깐 쉬었던 게 효과가 있었는지, 느긋하게 걷긴 하지만, 아까처럼 힘들어 하지도 않으시고 자주 쉬지도 않았다.

헌대, 내려가는 길을 잘못 들었다.
일단 길로 보이는 곳으로 무작정 내려가, 다른 능선을 타고 비봉으로 향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 길은 내려가는 길이고 비봉으로 가려면 저 쪽으로 가야 한가고 했다.
이때부터 길을 해매여, 무작정 비탈이 있는 길이면 그리로 올라갔다.
방향은 중간 중간 사람들과 만날 때 마다 물어가며 잡을 수 있었다.
사람이 오를 수 있을만한 길이면, 길다 짧다 제보지도 않고 일단 기어올랐다.
첫 봉우리 오를 때처럼 긴 암벽은 없었지만, 그보다 훨씬 가파른 암벽을 말 그대로 돌아 달라붙어 기어올랐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보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길로 더 많이 간 것 같다.
20분 이상을 그렇게 죽을 듯이 해매고 나서야, 비봉으로 오르는 코스에 접어들 수 있었다.
부사장님은 10년 전에 매주 비봉에 올랐었는데, 오늘 첫 봉우리 지나면서 부터 간 길은 전부 처음 오르는 길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에 들어섰지만, 경사가 무척 가팔랐다.
암벽은 없었지만, 생명의 위협만 없을 뿐 힘은 비슷하게 들었다.
내려가시던 50대쯤 보이는 아저씨가, 우리가 오르는걸 보시더니 한마디 하셨다.
'이 길은 너무 가팔라서 보통 내려가기만 하는데, 여기로 오르기도 하시네요.'

가파른 길을 오르다 힘들 때면, 길가에 비켜서 쉬었다 가곤 했다.
그러다 좁은 길에서 쉬는데, 내려오는 한 무리의 인파와 마주쳤다.
아주머니가 우리를 피해서, 낙차가 큰 돌에서 내려서다 엉덩이를 찧었다.
'아이쿠'
하는 소리에 부사장님이,
'옆으로 좀 피해 달라고 하시지 그러셨어요.' 한다.
아주머니는 뿔난 목소리로
'그러게 먼저 좀 비켜주시죠.' 한다.
부사장님은 씨익 입가에 미소를 그리고는
'너무 예뻐서 어쩔 줄 모르고 멍하니 보고 있었네.' 한다.
뒤에서 줄줄이 따라 내려오시던 분들이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잠시 후 우리를 지나치던 그쪽 일행 분이 말했다.
'아저씨' 하더니 뒷말을 잠깐 망설이더니,
'예쁘면 그렇게 보내시면 안 되죠.' 한다.
또 한 번 웃음꽃이 만발한다.


계곡에서 두 사람이 얕은 물속을 유심히 보고 있다.
'뭐하고 있으세요?' 했더니, 가제를 잡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손에 들고 있던 5cm 정도 크기의 가제를 내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가제다.

산에는 곤충들이 무척 많았다.
자세를 낮춰 유심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작은 놈들도 있었고,
유유히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도  여러 종류 있다.
날개에 있는 무늬를 좀 더 자세히 보려 쪼그리고 앉아, 눈에 초점을 맞추려했더니, 비밀을 들킬세라 금방 날아올라서 눈앞을 몇 바퀴 돌더니, 저리로 날아가 버린다.

다람쥐 한 마리가 잘 다듬어 쌓아놓은 바위에 붙어 있다.
나이 어린 다람쥐 같아 보였는데, 어떻게 수직인 바위에 달라붙어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가 감탄하며 보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녀석은 우아하게 한걸음씩 앞으로 발을 뻗으며, 꼬리를 요염이 살랑거린다.
다람쥐 친구 요즘 도토리 구하기 힘들지? 사람들이 먹고 살기 힘들어 많이 주어갈 거야, 그래도 구석구석 다 주어가진 않을 태니까, 너무 노여워하진 말어.

마른땅에서 길 잃은 지렁이도 한 마리 봤다.
무슨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는지, 오늘 중으로 비가오지 않으면 그대로 말라 죽어 버릴 것 같다.
불쌍한 생각이 들어 사람들 발길이 닫지 않는 촉촉한 땅에 올려 주려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나름 돕는다고 하는 것이 그에겐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생각엔 항상 관점을 가지는 것이다.
인간의 관점과 지렁이의 관점이 같을 수도 있지만, 정확히 그렇진 않다.
그냥 행운을 빌어줄 수밖에 없었다.

[ 두 번째 봉우리 ]
여기가 향로봉?

저 멀리로 높이 솟은 비봉이 보인다.
이주 전에 운동 삼아 등산을 해야지 마음먹고, 처음 등산했을 땐, 청바지에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고 가서 무척 힘들었는데, 오늘은 그때에 비하면, 너무 쉽게 쉽게 올라온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때보다 몇 배는 힘들 것 같은 코스로만 올라왔다.
등산화와 행동이 자유로운 등산복을 입어서 인 것 같다.
어쩌면, 산새가 멋지고 산 타는 게 재미도 있어서 더욱 힘든지 몰랐을 수도 있다.

산 까마귀가 어딘지 한곳을 중심으로 바람을 타고, 유유히 떠 있다.
보통은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신기하게도 거의 날갯짓도 않고 바람을 타면서 하늘에 떠있는 것이 무척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 밑에는 뭐 재미난 구경거리가 있는 걸까?
아니면, 입에 침이 고일만큼 맛나는 무언가가 있는 건지도 모른다.


부사장님과의 산행은 느긋함의 여유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사람들은 한결같이 날렵한 운동화에 이끌려, 바삐 바삐 걸었다.
그 사이에서 우리만 천천히 진득하게 움직였다.
짜라도 급한 성격이라고, 고지를 보고 바삐 움직이는 성격인데, 부사장님과 보조를 맞추다보니 자연스럽게 느긋해 졌다.
처음엔 속도감 없는 산행이, 심심하게 느껴졌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오히려 즐기게 되었다.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한 번씩 주위를 살피며, 산새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마치 컨베여 벨트에 태워져 일률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우리만 따로 떨어져 두둥실 떠있는 느낌이다.

어찌 날더러 길이 아닌 길을 간다 하시오.
길이란 것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단 말이오?
지금은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떤 발자국도 없는 길일 지라도,
한사람이 가고, 두 사람, 열사람의 발자국이 찍히고,
백사람이 그 길을 간다면, 그 때는 길 아닌 이 길이, 길이 될 것이외다.


예전에 재밌게 봤던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이다.
너무 마음속 깊이 각인되어서, 가끔씩 이 말이 마음속에 떠오르곤 한다.
무척 오래전에 본 것이어서 아마도 상당부분 마음속에서 각색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무척 감동 깊다.


[ 세 번째 봉우리 ]
눈앞에 비봉이 보인다.
지금 이곳을 봉우리라 부르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 목표지에 거의 다 닫았다 생각하니, 기운이 솟는다.

비봉은 오르는 길이 두 가지인데, 한쪽인 깎아지는 암벽 등반이다.
그쪽 길로 오르는 쪽엔 경고가 쓰여 있다.

'경솔이 오르면 돼진다.'

라고 쓰여 있진 않지만, 결국 그런 의미의 글이 에둘러 쓰여 있다.

우리는 겸손하여, 두 번째 코스를 선택했다.
두 번째 길은 첫 번째보다는 훨씬 안전하지만, 이쪽 역시 만만치 않는 경사도를 자랑한다.
그래도 오르는 암벽 사이사이에, 발을 지지 할 수 있는 홈들이 있어서 힘들지만 바짝 긴장해 오를 수는 있었다.
오르는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질 듯 한 공포감이 밀려든다.
그 어둠의 공포는 저 아래에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짜라를 잡아 끄는 것 같다.

생명이라는 것이 이렇듯 한순간에 먼지처럼 날아가 버릴 수도 있구나.
자연 앞에서, 자연 안에서 조그마한 "나"가 느껴진다.
절벽아래, 두려움의 끝에서 "나"라는 존재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겸허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둥바둥하던 일상 속에서, 번뇌하고 고민하던 그 모습들이 하찮고 우습게 느껴진다.


[ 비봉 정상 ]
15:10
비봉 정상에는 비석이 하나 새워져 있었다.
비석은 지난 2006년도에 복원된 것이었다.
뭐라고 글자가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방금까지 생명의 위협을 느낀 터라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무 한그루도 없이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봉우리다.
내리쬐는 햇볕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지만, 짜릿하고 시원한 바람은 더위를 느낄만한 여유를 주지 않았다.
짜라가 오르지 않은 다른 쪽 코스는 어떤가 보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언젠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목숨이 10개쯤 있다고 생각될 때쯤, 그때쯤 욕심을 내 보기로 했다.
비봉 비석 옆에 서서 한 바퀴 둘러보고, 바로 옆에 비석보다 좀 더 높은 바위가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저기도 올라가 볼까 하고, 기어오른다.
가까이 다가가 바위에 찰싹 달라붙어 살금살금 왼쪽으로 돌려 기어오르는데, 조금 올라가니 더 이상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문제는 등 뒤에 아무것도 없는 낭떠러지다.
금방 공포가 온몸을 포박해 버렸다.
한기를 느끼며, 조심스레 발길을 되돌리는데,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 뒤에서 누가 당기기라도 하는 듯 금방 뒤러 넘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위도 거의 수직에 가까워서 손으로 요령껏 움켜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는다.

들어오는 것은 마음대로지만, 나가는 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누군가 그러더니 지금이 딱 그 상황인 것 같다.
난간도 없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아찔함을 느끼며, 겨우겨우 그 곳에서 도망쳐 나올 수 있었다.
초짜 등산객, 첫 출산에서 '축 사망'꽃띠를 두를 뻔 했다.


비봉 바위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오면, 바위 그늘지는 곳곳마다 사람들이 지친 다리를 달래고 있다.
조금씩 내려가며, 임자 없는 그늘을 찾아 해매였다.
조금 비탈이 있지만, 임자 없는 그늘을 찾아서 앉아 부사장님이 때늦은 점심 식사를 하신다.
부사장님은 10번도 더 비봉에 올랐지만, 오늘만큼 이렇게 힘든 등산은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힘든 고비를 넘어선 풍요로운 미소를 지으신다.


[ 승가사 가는 길 ]
승가사 까지 400M 라는 표지판을 봤는데, 처음에 길을 잘못 들어 또다시 해매이고 다시 돌아와, 한참을 가서야 승가사에 도착했다.
승가사에 들어가진 않고, 그 앞에 있는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기로 했다.
물통에 물을 채우려 하는데, 왼쪽에 수질 검사 표에 식수 부적합 표시가 큼직하게 되어있다.
대장균류가 검출되었다고 적혀있다.
검사 날짜는 8월 27일.


[ 마지막 구기터널로……. ]
승가사에서 구기 터널 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도로다.
오르막 내리막이 적당히 썩혀 있는 길이다.
차들이 다닐 만큼의 폭을 가지고 있었고, 가끔 차들이 등산객들을 실어 산비탈 아래로 실어다 주었다.


산자락 아래에 도착해 막걸리 한잔에 묵 한 접시를 시켜서 지친 몸에게 상을 내린다.
무척이나 신나는 하루 였다.
사람들이 북한산, 북한산 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다음 주에는 도봉엔 오르자고 서로에게 다짐을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


[ 돌아오며 ]
내려오는 사람들의 가방 뒤에 쓰레기 봉지가 달려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비봉 정상에서 버려진 페트병 3개를 본 것 왜엔 버려진 은박지 조각도 볼 수 없었다.
그 대신, 사람들이 산을 아끼는 모습들이 보였다.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 이래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구증에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린다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뉴스를 통해, 아파하는 북한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전해 들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 또한 한두 번은 들었을 것이다.

북한산의 위엄 있는 모습은 짜라로 하여금 우러러 보게 했다.
산을 오르는 이유는 샐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그중에 하나는
'스스로의 오만함 깨닫고,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독선에 가득 찬 자신감이 거짓이었음을 느끼는 것.'
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너무나 작고 왜소하다.
피곤하지만,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
일상 속에서도, 산속 길이 아닌 그 길속에서 산의 숨소리를 들으며 느꼈던 그 포근함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북한산은 겁먹은 짜라에게 다음에 또 오라고 손짓한다.
짜라도 그러마! 하고, 싱긋 기분 좋은 미소로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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