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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여행

[나들이] 오이도

by 짜라 2008. 3. 25.

2008/03/23


그날이다.

05:00
창밖에선 빗소리가 리듬을 탄다.
08:00
동내 사람들의 실랑이 소리와 함께 빗소리가 들린다.
이런 등산은 글렀구나.
09:00
짙게 깔린 안개가 도시를 감싸고 있다.

혜원씨에게 전화를 건다.
오늘 등산은 힘들 것 같아요.
등산은 포기하고 만나서 다른 스케줄 잡죠..
이왕 등산을 포기했으면, 10:00 약속을 조금 미뤄요.
그래서 점심약속을 잡는다.
신영씨한태 전화를 건다.
신영씨는 비가와도 눈이와도 10:00 에 만나요..^^;
계획은 그러했지만, 일단 틀어져 버렸기에 12:00에 보기로 했다.

11:40
어디에요?
사당 3번 출구에요.
거기서 뭐해요. 4번 출구에서 보기로 했잖아.

차안에서 오늘 뭘 할지 고민을 한다.
글쎄요.
바다가 보이는 찻집에 앉아 인생을 논해요.^^;
그러까? ㅋㅋ
일단 두 가지
1. 오이도에 가서 회를 먹고 차를 마신다.
2.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다음을 생각한다.

12:20
약속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네…….
전화를 건다.
오실 때 김밥 사와요.
김밥 사가지고 오이도 출발.

14:30


오이도 도착, 일단 100세 약국에 들렀다.
그리고 방파제에 올라 바다를 본다.











엥, 바다는 저 멀리 도망쳤고, 갯벌만 보인다.
저 멀리 갯벌 가운데에 방황하는 영혼이 있다.
그 풍경을 뒤로하고, 빨간 등대로 향한다.
근데, 이놈의 등대가 왜 내륙 쪽에 와 있지.
등대면 돌출 방파제 끝에 있어야 되는데???




 

가까이 갔더니, 등대전망대란다.
등대를 지나쳐서 바다로 내뻗은 방파제를 따라 바다로 갔다.
이놈에 갈매기들이 나 좀 찍어줘 하면서 우리의 주위를 아주 느린 동작으로 날개짓 한다.
그래 찍어주마.


방파제를 따라서 어시장이 섰다.
흩날리는 빗방울 속에서도 사람들은 북적이고, 모닥불은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타닥거리는 절규를 한다.
방파제 끝에서 다시 T자로 갈라지며, 좌우 길이 나타난다.


일단 우측을 향했다가, 좌측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향한다.
역시나 선착장이 있고, 물이 빠진 선착장으로 갯벌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주위 아주머니께 정중히 사진을 청했다.
흩날리는 빗속에서 우산도 내려놓고, 나름 행복한 표정으로 그곳을 추억한다.



갯벌에 내려 앉아, 먹이활동중인 갈매기들을 사진 속에 담아 넣는다.
10분쯤 그렇게 갯벌 넘어 바다를 바라보다, 돌아 나온다.





들어올 때, 눈여겨봤던, 해물 튀김집에 들러, 튀김 한 접시를 시쳤다.
흩뿌리는 빗속에서 파라솔로 비를 가리며, 정말 흥겨운 마음으로 새우, 오징어 튀김을 맛나게 먹었다.
튀김을 친구삼아 포즈를 취하고 사진도 한 컷 남긴다.





마지막 남은 두 마리 튀김은 신영씨 목으로 돌아갔다.
등대전망대쪽으로 돌아오면서, 튀김을 너무 많이 먹었다며 후회를 한다.
일단 배를 꺼줄 겸, 당구장에나 갈까, 노래방엘 갈까?
하다 당구장으로 향한다.
일단 레이디를 위해 포켓볼을 친다.





대학교 3학년 때 이후로 처음 치는 포켓볼이다.
역시나 혜원씨는 빼시더니, 막상 치기 시작하니까, 짜라보다 잘 친다.
뭐야, 폼도 프로급인데, 이런 미워!
나름 운치를 살려, 당구장 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컷.
포켓볼을 치는 동안 동내 노는 아저씨가, 포켓볼 훈수를 둔다.
생각해 보니, 아저씨 사진을 한 장 찍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참, 기념이 될 만했는데,
당구장을 나서고, 횟집에 들어가 오늘의 매인디쉬를 시켰다.
광어와 우럭을 시켜 먹고, 매운탕까지 끄려 먹었다.







비가오긴 했는데, 안개까지 끼여서 바다가 잘 보이지 않는다.
횟집에 주인아저시가 찍었는지, 오이도 바다 풍경이 있다.
야~ 저거라도 찍어야지,...


현수막 속에 펼쳐진 바다를 담고서, 우리는 모의를 했다.
맑은 바다를 찍었다. 사기 치는 겨~~!
신영씨는 아까 먹은 튀김에 체했는지, 회를 거의 드시지 못했다.
둘이서 열심히 회를 먹고, 매운탕이 나왔는데, 혜원씨는 물에 빠진 생선을 Oh~ NO 란다.
결국 짜라 혼자 매운탕을 먹었다.

방파제를 따라 차를 새워둔 곳 까지 천천히 걸어서 간다.
지금은 갯벌이 보이지 않고 바닷물이 그곳을 가득 매웠다.
그래 이걸 보려 여기 까지 온 거야.



천천히 방파제를 따라 걸으며, 과거의 추억 속을 거닌다.
고딩때 해양대학교에 원서 접수 하러 갔던 그때, 그 길이 떠올랐다.
부산 태종대 가까이 있는 곳이다.
비도 왔고, 저녁이 다가오면서, 날씨가 쌀쌀해 졌다.
추위에 오들오들 하면서도 찬바람을 맞으며, 방파제를 따라 거닌다.



여기서 마무리 짓기엔 아쉬움이 남아, 영화를 보기로 한다.
뭘볼까?
추적자를 볼까?
징그럽다는데, 아니 잔인하다는데……. 그래?
얼마나 잔인하지 한번 보지 뭐~!
일단 서울쪽은 예매하지 않으면 보기가 힘들단다.
그래서 수원으로 가기로 했다.
북수원 CGV는 항상 빈자리가 있다.
마커스님에게 부탁해 영화 시간을 확인하고, 10000 BC 를 보기로 결정.

영화 시작 10분 전에 도착해 마커스님과 넷이서 영화를 본다.
영화는 그렇게 재밌지 않았지만, 혜원씨의 유쾌한 웃음소리 때문에 영화를 재밌게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와 집으로 갈려다, 마커스님이 저녁을 드시지 않았다고 해서, 하나시 오댕빠로 갔다.
고쿠리 정종을 하나 시키고 앉아 삽겹오코노미야키에 술잔을 기울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쿠리 2병을 비우고서야 오댕빠를 나섰다.

기분 좋게 술도 마셨고, 이젠 정말 해어질 시간이다.
약간은 아쉬운 여운이 남았지만, 정말 오늘은 지대로 놀았다.
하고 싶은 거 다하고, 보고 싶은 거 다 보고, 유쾌한 사람들과 유쾌한 시간이다.

정말 긴 하루였다.
겨우 하루라는 짧은 시간 이었지만, 인생에 기억남을 한 점 추억으로 기억될 오늘이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도, 오늘만 같기를…….
즐거운 사람들, 행복한 우리들.
언젠가 마커스님이 이런 말을 하셨다.
'인생 뭐 별거 있어?'
그때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오늘만은 그 말에 동의 하고 싶다.
그래 인생 뭐 별거 있나, 항상 오늘만 같아라.

이런, 술기운에 조금은 감상적이 되어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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