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9
계룡산 산행
코스: 동학사 - 계룡산 국립공원 입구 - 동학사계곡 - 관음봉 - 능선 - 삼불봉 - 자매탑 - 동학사
수원 독서모임에서 처음으로 산행을 계획했다.
많은 사람들이 참석할 거라. 기대 했는데, 생각만큼 많진 않았다.
친절한 경석 씨는 짜라를 위해 모닝콜을 해주셨다.
덕분에 6:30 에 눈 뜰 수 있었다.
혹시나 늦을까, 바쁘게 준비하고 나왔더니,
7:10 에 수원역에 도착 했다.
오는 길에 김밥 두 줄을 사고, 한 줄로 배고픔을 달랬다.
7:40
무궁화호 1호 객차를 타고 의자를 마주 보도록 돌려, 두 명씩 마주보고 앉았다.
부푼 마음으로 오늘의 산행은 어떨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저마다 겨울을 준비하느라 옷을 갈아 입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풍경은 아침인지 저녁인지 아리송하다.
9:30
대전역에 도착해 102번 좌석버스를 탔다.
등산 성수기를 맞아 많은 등산객들이 대전역을 찾았다.
버스는 등산객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10:10
계룡산 국립공원 초입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산행에 필요한 시원한 얼음물을 샀다.
김밥과 막걸리도 사고 싶었지만, 생각만 했다.
국립공원 입구까지 가는 길엔 먹거리를 파는 가게와 상점들이 즐비하다.
진형 씨와 현수 씨가 막걸리 한잔하고 가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다.
쉽게 의견일치를 보고 가까운 주막에 들어갔다.
짜라는 등산하기 전에 술을 마셔 본건 처음이다.
뭐 막걸리가 그리 독한 술은 아니니 걱정은 안했지만, 처음 하는 경험이라 조금은 조심스럽다.
가을 날씨 같지 않게 너무 따듯하다.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 바람도 많지 않거니와 부는 바람도 시원스럽지 못했다.
그래도 이정도면 등산하기 쾌적한 날씨다.
하늘에 해는 어슴푸레 떠서 따가운 햇살을 흩뿌리지 않아 좋았다.
그렇다고 잔뜩 찌푸린 날씨도 아니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서, 시야가 넓진 않다.
국립공원 입구에서 등산코스 지도를 보며, 어디로 갈지 생각한다.
현수씨 의견을 적극 수렵하여, 짧고 굵은 코스로 선택.
관음봉(765M)으로 향했다.
입구 바로 앞에 다리가 하나 있었다.
그 다리는 난간에 불교 마크(卍)가 새겨져 있다.
이채로운 조형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입구를 지나서도 산에 들어가기 전까지 포장도로를 15분가량 걸었다.
짜라는 10월 들어 매주 등산을 했다.
그런데 오늘의 산행은 조금 특별하다.
일단 경기도를 벗어나 충청남도 공주 까지 명산을 찾아왔다.
게다가 부사장님과 등산 다니면서는 아주 천천히 산행 했는데, 이번 산행은 아주 경쾌한 템포로 산에 올랐다.
예전엔 빨리 못가 안달이었는데, 몇 번 여유롭게 산행을 해 보면서 그 맛에 젖어들고 나니, 빨리 오르는 게 산의 깊은 멋도 느끼지 못하고, 바쁘기만 한 느낌이다.
그래도 함께 온 사람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조를 맞춰 오르다 보니, 이것 역시 좋다.
오랜 만에 속도감 있는 산행이다.
등산로 좌우가 모두 산으로 둘려 쌓여있어, 자연 풍광이 눈에 들어오진 않았다.
그래도 요모조모 작은 풍경들이 눈을 자극했다.
오르는 내내 일행에서 낙오하지 않게 위해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의식적으로 잠깐씩 서서 주위를 둘러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11:50
관음폭포
폭포 이름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폭포는 어울리지 않게 눈물이 말라버렸는지,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없었다.
"설마 이게 폭포겠어, 아닐 거야"
친절한 경석 씨는 새콤 달콤 귤과, 오아시스 같은 오이을 준비해 오셨다.
잠깐 쉬는 동안 먹는 귤은 둔감한 짜라의 입맛에도 너무나 맛난다.
그곳에서 잠깐 쉬었다 5분쯤 올라가니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폭포가 보인다.
물은 말라 흐르지 않았다.
전망대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쌀개봉이다.
지나가시는 분에게 부탁해 단체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정말 잘 나왔다.
돌산과 사이사이로 뻗어 나온 나무들이 조화를 이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계룡산은 유명한 산인만큼 등산객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게다가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단풍이 드는 10월이니 등산로는 줄서서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가야 할 만큼 번잡하다.
짜라는 사진 찍기를 즐기는데, 셔터를 마구 눌러 덴다.
한번은 남이섬에 갔었는데, 약간 거짓말 보태서 몇 시간 동안 1000장은 찍었던 것 같다.
계룡산은 찍고 싶은 곳들이 너무 많았다.
아쉽게도 줄에 밀려 이동해야 했고, 줄에서 벗어나기에는 일행을 놓칠 염려가 컸기 때문에 마음대로 다 찍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
찍고 싶은 대로 다 찍었으면, 작품 몇점 건지는 건데 하는 놓쳐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점점 커지며, 후회를 마음속에 그린다.
12:50
관음봉 바로 밑
능선이 만나고 교차하는 길목에서 잠깐 쉬기로 했다.
경석씨, 진형씨, 현수씨 모두 지난 1년 동안 등산은커녕 운동할 여유도 없다가, 오늘 이렇게 신속한 산행을 하고보니, 힘들어 했다.
경석 씨는 왼쪽 다리에 쥐가 난다고 했다.
현수씨는 운동화를 신고 와서 발바닥과 발목이 무척 고생한다면서도, 신난 얼굴 그대로다.
진형 씨는 오랜만의 산행이지만, 산에 많이 다닌 선수답게 힘들어 하는 다리를 위로해 주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쉬는 동안 경석 씨가 준비해온 오이를 꺼내 먹었다.
시원하고 까칠한 맛이, 한방에 갈증을 날려주었다.
더불어 짭짤한 맛, 누군가의 손맛이 느껴진다.
나름 매혹적인 맛이다.ㅋㅋ
짜라는 커피가 먹고 싶어져, 냉커피 한잔의 여유를 부려 본다.
다들 오랜만의 산행이라, 준비하지 못한 것들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경석 씨는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듬뿍 나눠 주고서도, 이것도 저것도 가져 왔으면 좋았을 탠데 한다.
( 다음에 계속 #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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